
저는 빵을 참 좋아합니다.
한때는 빵을 좋아하는 만큼 자주 먹었고, 그 때문에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져 걱정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빵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식단을 많이 바꿨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빵집 앞을 지나갈 때면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고소한 버터 향이 나는 소금빵, 겹겹이 바삭한 크루아상, 달콤한 크림과 과일이 들어간 후르츠산도를 보면 여전히 먹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빵을 완전히 끊을 수 없다면, 그나마 내가 먹을 수 있는 빵은 무엇일까?”
똑같은 빵이라도 재료와 만드는 방법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지 않을까?
통밀이나 호밀을 사용하고, 설탕과 버터를 줄이고, 식이섬유가 많다면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특히 제가 좋아하는 소금빵과 크루아상, 후르츠산도 같은 빵도 조금 더 건강한 재료로 만든다면 정말 괜찮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단순히 “빵은 살이 찐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빵집에서 만나는 빵들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소금빵·후르츠산도·카스텔라 중 그나마 나은 선택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우리가 흔히 건강빵이라고 부르는 사워도우·통밀·호밀빵은 정말 더 건강한 빵일까요?
이번에는 빵을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맛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조금 더 현명하게 빵을 고를 수 있는 방법을 연구자료와 함께 찾아보겠습니다.
건강빵 — 사워도우·통밀·호밀은 정말 더 건강할까?
먼저 ‘건강빵’이라는 이름부터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워도우라고 해서 무조건 건강한 것도 아니고, 통밀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고 해서 자동으로 건강식품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빵의 건강성을 볼 때는 곡물의 종류, 통곡물 함량, 식이섬유, 당류, 지방, 나트륨, 가공 정도를 함께 봐야 합니다.
그중 가장 근거가 탄탄한 것은 통곡물입니다.
2024년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서는 10개 전향적 코호트 연구와 37개 무작위대조시험을 분석했습니다. 코호트 연구에서는 하루 50g의 통곡물 섭취가 제2형 당뇨병 위험 감소와 연관됐고, 통곡물 섭취가 많을수록 당뇨병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다만 연구마다 차이가 있어 통곡물 자체가 당뇨병을 직접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더 장기간의 건강 결과를 보면 통곡물의 근거는 더욱 흥미롭습니다.
대규모 전향적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통곡물 섭취가 많은 사람에서 관상동맥질환, 심혈관질환, 전체 암, 전체 사망 위험이 더 낮게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대부분 관찰연구이므로 통곡물 자체가 모든 위험을 낮춘다고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워도우는 어떨까요?
사워도우는 발효 과정에서 젖산균과 효모가 작용하면서 유기산 등이 만들어지고, 전분 소화와 식후 혈당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연구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2026년 8월 발표된 최신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27개 연구를 검토한 결과, 사워도우가 일반 효모빵보다 혈당·인슐린 반응을 개선한다는 근거가 아직 충분하거나 설득력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구마다 빵의 원료와 발효방법, 비교 대상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 결과는 꽤 중요합니다.
사워도우라는 이름보다 어떤 밀가루를 사용했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통밀·호밀을 충분히 사용하고 식이섬유가 높은 사워도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정제 밀가루에 사워도우 발효만 적용했다고 해서 건강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호밀도 마찬가지입니다.
2025년 호밀 섭취에 대한 31개 무작위시험, 922명의 메타분석에서는 호밀이 공복혈당이나 식후혈당을 뚜렷하게 낮추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인슐린의 식후 총반응(AUC)은 감소했습니다. 즉 호밀의 장점이 있다면 혈당 수치 하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결국 건강빵을 고를 때는
사워도우라는 이름보다 통곡물 함량,
통밀이라는 이름보다 실제 식이섬유,
호밀이라는 이름보다 전체 재료 구성
을 보는 것이 더 합리적입니다.
당 — 후르츠산도·카스텔라, 과일이 들어가면 괜찮을까?
이번에는 제가 좋아하는 후르츠산도와 카스텔라를 보겠습니다.
후르츠산도는 이름만 보면 꽤 건강해 보입니다.
과일이 들어갔으니까요.
하지만 과일 자체와 과일이 들어간 디저트는 구분해야 합니다.
후르츠산도에는 일반적으로 빵 사이에 과일과 생크림 또는 크림이 들어갑니다. 따라서 건강성을 판단할 때는 과일만 볼 것이 아니라 빵의 정제 탄수화물, 크림의 지방, 첨가된 당류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즉,
“과일이 들어갔다 = 건강한 빵”
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실제로 국내 서울지역 베이커리 제품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빵마다 당·지방·나트륨의 구성 차이가 상당했습니다. 2020년 서울에서 수집한 13종의 베이커리 빵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제품에 따라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당, 나트륨의 수준이 달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외의 결과가 나옵니다.카스텔라입니다.
카스텔라는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나트륨은 가장 낮은 편이었지만, 총당 함량은 100g당 가장 높았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빵을 평가할 때 한 가지 영양소만 보면 안 된다는 좋은 사례입니다.
카스텔라를 “버터가 많이 들어간 빵보다 지방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나은 선택”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당 함량까지 고려하면 건강빵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카스텔라는 작은 양으로 먹는 것이 중요한 빵에 가깝습니다.
과일이 들어간 후르츠산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과일의 영양소는 분명 장점이지만, 과일을 크림과 설탕이 들어간 디저트 형태로 먹는 것과 생과일을 먹는 것은 같은 영양학적 의미가 아닙니다.
따라서 “과일이 들어갔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보다는 크림의 양과 빵의 크기, 첨가당을 함께 보는 것이 맞습니다.
지방 — 소금빵·크루아상, 버터가 많으면 얼마나 달라질까?
소금빵과 크루아상은 비슷하게 버터 풍미가 강하지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특히 크루아상은 밀가루 반죽 사이에 버터를 여러 겹 넣어 접고 발효·굽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지방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품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 베이커리 13종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크루아상은 포화지방산과 트랜스지방산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품군에 속했습니다.
소금빵 역시 제품마다 차이가 크지만, 버터가 많이 들어가는 제품은 탄수화물만 있는 빵보다 지방과 열량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버터 자체를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빵 하나에 들어가는 밀가루·버터·설탕을 모두 합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버터와 같은 동물성 지방에는 포화지방이 들어 있기 때문에, 이미 포화지방 섭취가 많은 식단이라면 버터가 많이 들어간 빵을 자주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소금빵 하나를 가끔 먹는 것과 매일 여러 개를 먹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건강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한 번의 음식보다 전체 식습관과 섭취 빈도이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보면 “무조건 1등인 건강빵”을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영양소별로 보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 소금빵 | 지방·포화지방·나트륨 | 버터·소금의 양 |
| 후르츠산도 | 당·크림·총열량 | 크림과 당류 |
| 카스텔라 | 당류 | 설탕·1회 섭취량 |
| 크루아상 | 지방·포화지방 | 버터의 양 |
| 통밀·호밀빵 | 제품에 따라 나트륨·당 | 실제 통곡물·식이섬유 |
| 사워도우 | 이름만으로 건강성 판단 불가 | 통곡물 함량과 식이섬유 |
국내 연구에서 카스텔라는 포화지방과 나트륨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당 함량이 높았고, 통밀빵은 다른 빵보다 당은 낮은 경향을 보였지만 나트륨은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결국 빵마다 장단점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장 건강한 빵 하나를 찾기”보다 “내가 무엇을 줄이고 싶은지 정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혈당과 당류가 걱정된다면 → 통곡물·고식이섬유·무가당에 가까운 빵
포화지방이 걱정된다면 → 버터와 크림이 적은 빵
나트륨이 걱정된다면 → 소금과 가공육 등이 적은 빵
그리고 무엇보다 크기와 양을 봐야 합니다.
🌿 SuperLife Insight
빵을 좋아하는 저에게 이번 연구는 조금 재미있는 결과였습니다.
저는 그동안 “건강빵이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연구를 찾아보니 건강빵이라는 이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사워도우도, 통밀도, 호밀도 결국 어떤 재료로 얼마나 만들어졌는지를 봐야 했습니다.
반대로 제가 좋아하는 카스텔라도 무조건 최악이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국내 연구에서 카스텔라는 포화지방과 나트륨은 가장 낮은 편이었지만 당은 가장 높았습니다. 크루아상은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빵집에 가면 “건강빵인가?”보다 먼저 라벨과 재료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고른다면 가장 먼저
① 통곡물 함량
② 식이섬유
③ 첨가당
④ 포화지방
을 확인하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먹고 싶은 소금빵이나 크루아상이 있다면 완전히 끊기보다는 작은 양으로 가끔 즐기는 방법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건강한 식단이란 어쩌면 빵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빵을 고르고 양을 조절하는 능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건강한 빵”이라는 이름보다 건강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제가 이번 연구에서 얻은 가장 현실적인 답입니다.
📚 참고자료
-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Food Science and Nutrition, 2021 — 국내 다소비 베이커리 13종의 지방·당·나트륨 함량 비교
- BMJ, 2016 — 통곡물 섭취와 심혈관질환·암·사망률의 관련성을 분석한 메타분석
- 2024 Systematic Review & Meta-analysis — 통곡물과 혈당조절·제2형 당뇨병 관련 10개 코호트·37개 RCT 분석
- Frontiers in Nutrition, 2026 — 사워도우와 일반 효모빵의 혈당·인슐린 반응을 분석한 최신 체계적 문헌고찰 27개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