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밀빵이나 호밀빵을 먹으면 일반 식빵보다 건강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빵을 고르면서 뒷면의 성분표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통밀’이나 ‘호밀’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도 100%가 아닌 제품을 보면 일반 밀가루가 함께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밀가루라도 발효 방식이 다르면 어떨까?”
그때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사워도우(sourdough)였습니다.
사워도우는 밀가루와 물에 유산균과 효모가 함께 작용하도록 발효시켜 만드는 빵입니다. 그렇다면 통곡물로 만든 사워도우는 일반적인 흰 식빵보다 정말 건강에 더 좋을까요?
오늘은 이 질문을 사워도우, 호밀과 통밀, 혈당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연구자료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사워도우 — 발효하면 밀가루가 정말 달라질까?
사워도우가 일반 빵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발효 과정입니다.
발효 과정에서 유산균과 효모가 밀가루 속 탄수화물과 단백질 등에 영향을 주면서 유기산과 여러 대사산물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피틴산(phytate)입니다.
통곡물의 겨와 배아에는 피틴산이 들어 있는데, 피틴산은 철·아연·마그네슘 같은 미네랄과 결합해 흡수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사워도우의 산성 환경에서는 곡물 자체의 피타아제(phytase) 활성이 증가하면서 피틴산이 분해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발효 방식에 따라 철분 흡수량이 달라질 가능성이 관찰됐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사워도우 = 영양소 흡수가 확실히 좋아진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사워도우의 효과는 사용하는 곡물, 밀가루의 종류, 발효시간, 산도, 미생물 구성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2023년 발표된 사워도우 임상시험 체계적 문헌고찰은 25개 임상시험, 542명을 검토한 뒤 사워도우 자체가 다른 빵보다 건강에 확실히 유리하다는 일관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즉,
사워도우라는 이름 자체가 건강을 보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밀가루로, 어떻게 발효했는지가 함께 중요합니다.
호밀과 통밀 — ‘건강한 빵’이라는 이름보다 원재료를 봐야 한다
그렇다면 통밀과 호밀은 어떨까요?
통곡물은 곡물의 겨, 배아, 배유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정제곡물보다 식이섬유와 여러 영양소를 더 많이 섭취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도 통곡물 섭취는 대사 건강과 관련해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2025년 발표된 umbrella review는 25개의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 총 113개의 건강 결과를 종합했습니다.
그 결과 통곡물 섭취는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과 염증 등 여러 대사건강 지표에 전반적으로 유리한 방향의 결과를 보였습니다.
또 다른 2025년 umbrella review에서는 높은 통곡물 섭취가 제2형 당뇨병 위험 감소와 관련된다는 근거가 중등도 수준으로 평가됐습니다. 다만 관찰연구를 포함한 결과가 많아 식단 전체의 영향을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통밀빵’이라는 이름만 보고 통곡물 함량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빵을 고를 때는 앞면의 ‘통밀’, ‘호밀’, ‘멀티그레인’ 같은 표현보다 뒷면의 원재료명과 통곡물 함량을 확인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예를 들어 통밀이 일부 들어 있고 나머지가 정제 밀가루라면, 우리가 기대하는 통곡물의 장점을 그대로 얻는다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호밀 역시 무조건 혈당에 좋은 곡물이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2025년 31개 RCT, 922명을 분석한 메타분석에서는 호밀 섭취가 공복혈당이나 식후혈당, 혈당 AUC를 유의하게 낮추지는 못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인슐린 AUC는 유의하게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즉 혈당 수치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지만, 같은 혈당을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인슐린 반응에는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연구진 역시 이 결과의 장기적인 임상적 의미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혈당 — 사워도우라고 모두 혈당에 좋을까?
사워도우가 인기를 얻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혈당에 대한 기대입니다.
실제로 18개 임상시험을 종합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사워도우빵을 먹었을 때 일반적인 산업적 발효빵이나 포도당을 섭취했을 때보다 식후 60분과 120분의 혈당 상승이 낮았습니다.
특히 통밀가루를 사용한 사워도우에서 효과가 더 뚜렷한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근거의 확실성을 낮음~매우 낮음으로 평가했습니다.
왜 연구 결과가 이렇게 엇갈릴까요?
사워도우는 하나의 동일한 식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떤 연구는 흰 밀가루 사워도우를 사용하고, 어떤 연구는 통밀이나 호밀을 사용합니다.
발효시간도 다르고, 사용하는 유산균과 효모도 다르며, 빵의 식이섬유 함량과 입자 구조도 다릅니다.
따라서 ‘사워도우’라는 이름만 같을 뿐 실제로 먹는 빵의 영양학적 특성은 상당히 다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임상시험에서도 이런 점이 확인됩니다.
2025년에 발표된 무작위 교차시험에서는 44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유산균 발효가 강한 통곡물 사워도우와 통곡물 이스트빵을 비교했습니다.
사워도우를 먹은 참가자들은 배고픔이 감소하고 포만감이 증가했으며, 위 배출 속도와 초기 식후 혈당 및 C-peptide 반응에도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다음 식사에서 실제로 먹은 칼로리는 유의하게 줄지 않았습니다.
즉, 사워도우가 포만감이나 식후 반응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지만 이것을 곧바로 “사워도우를 먹으면 살이 빠진다”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까지 연구를 살펴보면 저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일반적인 정제 밀가루 식빵과 제대로 만든 통곡물빵을 비교한다면, 장기적인 건강 측면에서는 통곡물빵을 선택할 이유가 더 많습니다.
통곡물은 식이섬유와 영양소 섭취를 늘릴 수 있고, 장기적인 대사건강과 제2형 당뇨병 위험과 관련해서도 유리한 근거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그 위에 사워도우 발효가 더해지면 피틴산 감소, 소화 속도 및 식후 대사반응 변화 같은 추가적인 이점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연구만으로는
“사워도우이기 때문에 무조건 식빵보다 건강하다”
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빵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볼 것은 사워도우라는 이름이 아니라 원재료와 통곡물의 비율입니다.
앞으로 빵을 고른다면 저는 앞면의 건강해 보이는 문구보다 뒷면의 성분표를 먼저 볼 것 같습니다.
첫째, 통밀이나 통곡물이 실제로 얼마나 들어 있는가.
둘째, 정제 밀가루가 주원료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가.
셋째, 첨가당이나 시럽 등이 많이 들어 있지는 않은가.
넷째, 사워도우라면 실제로 발효한 빵인지, 단순히 사워도우 풍미를 내는 제품인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조각의 크기와 내가 먹는 양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건강한 재료로 만든 빵이라도 많이 먹으면 탄수화물과 칼로리 섭취량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 SuperLife Insight
이번에 성분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알게 된 것은 건강한 음식은 이름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통밀’, ‘호밀’, ‘사워도우’라는 단어만 보면 모두 건강해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연구를 찾아보니 이야기는 훨씬 복잡했습니다.
통곡물은 장기적인 건강 측면에서 비교적 탄탄한 근거가 있지만, 통밀이라고 해서 모든 빵의 혈당 반응이 같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사워도우 역시 흥미로운 발효 방식이지만, 사워도우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건강을 보증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빵을 고를 때는 이렇게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사워도우인가?”보다 먼저
“무엇으로 만들었고, 얼마나 통곡물인가?”를 보자.
그리고 그다음에
“어떻게 발효했는가?”
를 살펴보겠습니다.
건강한 빵을 찾는다는 것은 결국 건강해 보이는 이름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참고한 주요 연구
- Sourdough bread와 혈당·포만감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 — 18개 임상시험
- Sourdough의 영양학적 효과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 — 25개 임상시험, 542명
- 통곡물과 대사건강에 대한 2025년 umbrella review — 25개 연구, 113개 건강 결과
- 통곡물과 제2형 당뇨병·대사증후군 위험에 대한 2025년 umbrella review
- 호밀 섭취와 혈당·인슐린 조절에 대한 2025년 메타분석 — 31개 RCT, 922명
- 통곡물 사워도우와 통곡물 이스트빵의 포만감·혈당 반응 비교 임상시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