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면서 저와 가족이 함께 걱정하게 되는 건강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치매입니다.
아버지를 생각할 때도 그렇고, 남편과 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할 때도 그렇습니다.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기억하고 생각하고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요즘은 운동을 하고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것처럼, 평소의 생활습관으로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러다 문득 매일 반복하는 ‘잠’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매일 잠을 자지만 몇 시간 자는지만 생각할 뿐, 어떤 자세로 자는지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수면과 뇌 건강을 연구한 자료를 찾아보니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습니다.
특히 옆으로 자는 자세가 뇌의 노폐물 이동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였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옆으로 자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이번에는 수면습관·뇌 건강·치매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이 질문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수면습관
몇 시간 자느냐, 어떻게 자느냐
수면과 치매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연구 결과를 보면 단순히 “잠을 많이 자야 한다” 또는 “적게 자면 치매에 걸린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2024년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메타분석에서는 수면시간과 치매 발생을 조사한 종단연구들을 분석했습니다.
짧은 수면은 짧은 기간의 추적연구에서는 치매 위험과 관련됐지만, 10년을 넘는 장기 추적에서는 뚜렷한 위험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긴 수면은 일부 연구에서 치매 위험 증가와 연관됐습니다.
연구진은 특히 짧은 수면이 치매의 원인이라기보다 치매가 나타나기 전의 초기 변화일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실제로 2021년 대규모 연구에서는 50~60세에 하루 6시간 이하로 자는 사람이 약 7시간 수면을 취한 사람보다 이후 치매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 역시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수면시간만으로 치매의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특정 숫자에 집착하기보다 충분하고 규칙적이며 회복되는 수면을 유지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더 궁금해집니다.
잠자는 시간뿐 아니라 잠자는 자세도 뇌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뇌 건강
옆으로 자면 뇌의 노폐물 제거에 도움이 될까?
잠은 단순히 몸을 쉬게 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수면 중에는 기억과 학습에 관련된 과정이 일어나고, 뇌의 대사와 관련된 여러 생리적 변화도 일어납니다.
특히 최근 뇌 건강 연구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글림프계(glymphatic system)입니다.
글림프계는 뇌척수액과 뇌 조직 사이의 흐름을 통해 뇌의 대사산물 이동과 제거에 관여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잠자는 자세에 관한 흥미로운 동물실험이 있습니다.
2015년 연구진은 쥐를 옆으로 눕힌 자세, 바로 누운 자세, 엎드린 자세로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옆으로 누운 자세에서 글림프계의 물질 이동이 가장 효율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는 이후 “옆으로 자면 뇌의 노폐물 제거에 유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한계가 있습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지 사람의 치매 예방을 확인한 임상시험이 아닙니다.
따라서
옆으로 잔다
↓
뇌의 노폐물 제거가 좋아진다
↓
치매를 예방한다
라고 연결하는 것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된 결론이 아닙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수면 자세와 신경퇴행성 질환 사이의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지만, 이것 역시 원인과 결과를 증명한 연구는 아닙니다.
그래서 현재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표현은,
“옆으로 자는 자세가 뇌의 노폐물 이동과 관련될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지만, 옆으로 자면 치매를 예방한다고 입증된 것은 아니다.”
입니다.
치매
수면과 치매는 실제로 어떤 관계가 있을까?
잠자는 자세보다 현재 더 많은 연구가 축적된 것은 수면시간과 수면장애, 그리고 치매의 관계입니다.
2025년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는 불면증과 치매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들을 종합했습니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전체 치매 위험이 약 36% 높게, 알츠하이머병 위험은 약 52%, 혈관성 치매 위험은 약 110% 높게 나타났습니다.
다만 연구마다 차이가 있고, 불면증이 치매를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또 다른 2025년 메타분석에서는 여러 수면장애와 인지기능 저하 및 치매의 관계를 분석했으며, 불면증과 수면무호흡 등이 인지건강과 관련될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수면무호흡입니다.
잠자는 동안 반복적으로 호흡이 멈추거나 약해지면 수면이 자주 깨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2024년 메타분석에서는 수면호흡장애와 폐쇄성 수면무호흡이 인지기능 저하 또는 치매 위험과 연관될 가능성이 보고됐습니다. 다만 연구 상당수가 객관적인 수면검사보다 설문이나 다른 방법으로 수면무호흡을 평가했다는 한계도 있어 신중한 해석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단순히 “잠을 잘 자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수면 상태 자체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 코골이가 심하다
- 자는 동안 숨이 멈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 충분히 잔 것 같은데 낮에도 계속 졸리다
- 밤에 자주 깬다
- 아침에 피곤하거나 두통이 자주 있다
결국 지금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수면과 치매 사이에는 분명한 연관성이 관찰되고 있지만, 수면 하나가 치매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수면 부족이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치매의 초기 변화가 수면을 변화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 SuperLife Insight
이번에 수면과 치매에 관한 연구를 찾아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치매 예방에는 특별한 한 가지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옆으로 자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 궁금해서 연구를 찾아봤습니다.
흥미롭게도 동물실험에서는 옆으로 누운 자세와 뇌의 노폐물 이동 사이에 관련성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사람에게서 “옆으로 자면 치매를 예방한다”는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더 많은 연구가 쌓인 것은 수면시간, 불면증, 수면의 질, 수면무호흡과 인지건강의 관계였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잠도 운동이나 식사처럼 건강수명을 위해 관리해야 할 생활습관 중 하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저와 가족이 치매를 걱정하는 것도 결국 오래 사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억하고, 생각하고, 움직이며,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오래 유지하는 것.
그것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요?
오늘 밤부터 꼭 옆으로 자야 한다는 결론보다는,
나는 충분히 자고 있는지,
잠을 자면서 자주 깨지는 않는지,
코를 심하게 골고 있지는 않은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정말 개운한지
한번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좋겠습니다.
치매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오늘의 작은 선택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어쩌면 오늘 밤의 잠일 수 있습니다. 🌙
📚 참고자료
- WHO, Risk reduction of cognitive decline and dementia: WHO guidelines, second edition — 2026년 최신 치매 위험 감소 가이드라인
- Howard et al., The effects of sleep duration on the risk of dementia incidence — 2024 수면시간·치매 메타분석
- Lee et al., The Effect of Body Posture on Brain Glymphatic Transport — 수면 자세와 글림프계 동물실험
- Meng et al., Insomnia and risk of all-cause dementia — 2025 불면증·치매 메타분석
- Tian et al., Association between sleep apnoea and risk of cognitive decline or dementia — 수면무호흡·인지기능 연구
- Zhang et al., Sleep disorders and the risk of cognitive decline or dementia — 수면장애·인지저하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