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를 감을 때마다 한 번씩 신경 쓰이는 것이 있습니다.
“오늘은 머리카락이 얼마나 빠졌을까?”
저도 어느 순간부터 머리를 감고 나면 배수구에 남아 있는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평소 사용하던 샴푸 대신 비누로 머리를 감아본 적이 있습니다.
특별히 탈모를 치료하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비누로 감았을 때 머리를 감으면서 빠지는 머리카락이 조금 줄어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또 다른 변화도 시도해봤습니다.
뜨거운 물 대신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고, 두피를 손톱으로 세게 긁지 않고 손끝으로 부드럽게 씻었습니다. 머리를 감은 뒤에는 트리트먼트도 사용했습니다.
그랬더니 머리카락이 덜 엉키고, 빗질할 때 빠지는 머리카락도 조금 줄어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정말 비누가 샴푸보다 탈모에 좋은 것일까?
아니면 머리카락이 실제로 덜 빠진 것이 아니라 모발이 덜 끊어진 것일까?
이 둘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 경험에서 출발해 샴푸와 비누의 차이, 샴푸의 pH가 모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모발 손상과 실제 탈모의 차이를 연구자료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샴푸와 비누,두피 건강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샴푸와 비누는 모두 몸이나 머리의 오염물질을 씻어내지만, 처음부터 만들어진 목적과 세정 성분이 다릅니다.
일반적인 비누는 지방산의 염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샴푸는 계면활성제를 이용해 피지와 먼지 등을 물과 함께 씻어내도록 만들어집니다.
실제 샴푸 관련 연구에서도 계면활성제가 피지와 같은 물에 잘 녹지 않는 물질을 제거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 중 하나가 pH입니다.
피부와 두피는 일반적으로 약산성 환경을 유지합니다. 반면 전통적인 일반 비누는 제조 특성상 알칼리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비누는 무조건 나쁘고 샴푸는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샴푸도 제품에 따라 pH가 상당히 다릅니다.
한 연구에서 국제적으로 판매되는 123개 샴푸의 pH를 직접 조사했는데, pH가 3.5~9.0까지 다양했습니다. 즉 샴푸라고 해서 모두 같은 pH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고체 형태라고 해서 모두 일반 비누인 것도 아닙니다.
요즘에는 샴푸바처럼 고체 형태이지만 일반 비누와 다른 세정 성분을 사용하는 제품도 있습니다.
따라서 머리를 감을 때는 단순히
“액체 샴푸냐, 고체 비누냐”
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제품의 성분과 두피 자극 여부, 그리고 내 모발 상태를 함께 보는 것이 더 합리적입니다.
샴푸 pH, 정말 중요할까?
pH 이야기가 조금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모발을 생각하면 의외로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머리카락의 바깥쪽에는 큐티클이라는 보호층이 있습니다.
이 큐티클이 잘 유지되어야 모발이 비교적 매끄럽고 덜 엉키며, 외부 자극에도 덜 손상될 수 있습니다.
샴푸 pH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높은 pH가 모발 표면의 전기적 특성과 마찰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큐티클 손상이나 모발의 끊어짐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탈모와 모발 손상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머리를 감은 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이 줄었다고 해서 반드시 모낭에서 빠지는 탈모가 줄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모발이 덜 엉키고 덜 끊어졌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서 제가 경험한 트리트먼트 사용 후 머리카락이 덜 빠지는 느낌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트리트먼트가 모낭의 탈모를 치료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모발을 부드럽게 만들어 빗질이나 마찰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상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머리를 감은 후 빠지는 머리카락이 줄었다”
는 경험만으로
“탈모가 좋아졌다”
고 결론 내리면 안 되는 것입니다.
모발 손상과 탈모, 무엇이 다를까?
이 차이를 이해하면 탈모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탈모는 모낭에서 자라는 모발의 성장주기나 모낭 자체에 변화가 생겨 머리카락이 빠지고, 다시 자라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반면 모발 손상은 이미 자라난 머리카락이 외부 자극에 의해 약해지고 갈라지거나 끊어지는 것입니다.
염색이나 펌, 잦은 열기구 사용, 강한 마찰 등도 모발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머리를 감을 때는 몇 가지 작은 습관을 신경 써볼 수 있습니다.
첫째, 너무 뜨거운 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기.
뜨거운 물이 탈모를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지만, 두피가 건조하거나 자극받는 사람에게는 불편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미지근한 물이 무난합니다.
둘째, 손톱으로 두피를 세게 긁지 않기.
깨끗하게 씻는다고 강하게 문지를 필요는 없습니다. 손끝으로 부드럽게 마사지하듯 씻는 편이 좋습니다.
셋째, 머리카락을 세게 비비지 않기.
특히 젖은 모발은 마른 모발보다 손상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에 수건으로 거칠게 문지르기보다 가볍게 눌러 물기를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머리카락이 건조하고 잘 엉킨다면 트리트먼트를 활용하기.
트리트먼트는 탈모 치료제가 아니지만 모발의 마찰과 엉킴을 줄여 모발 자체의 손상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샴푸와 비누 중 무엇이 더 좋을까요?
이번 연구를 살펴본 결과, 저는 오히려 질문을 조금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샴푸냐 비누냐?”보다
“내 두피와 모발에 어떤 세정 방법이 더 잘 맞느냐?”
가 더 정확한 질문입니다.
일반 비누는 알칼리성이 높은 경우가 많아 장기간 머리에 사용하는 것을 무조건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샴푸 역시 pH와 성분이 제품마다 다르기 때문에 ‘샴푸’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탈모가 걱정된다면 탈모 샴푸라는 이름만 보고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케토코나졸을 함유한 국소 제품은 남성형 탈모에 대한 연구가 있지만,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5개, 총 318명 수준이었고 연구자들은 더 큰 무작위대조시험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즉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는 보조적 접근과 확실하게 입증된 탈모 치료를 구분해야 합니다.
🌿 SuperLife Insight
이번 글을 조사하면서 제 경험도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비누로 바꾸니 머리카락이 덜 빠지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비누가 탈모에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함께 바꿨던 미지근한 물, 부드러운 세정, 트리트먼트 사용, 빗질할 때의 마찰 감소 같은 여러 변화가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리카락이 덜 끊어진 것과 탈모가 줄어든 것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결국 좋은 모발 관리란 비싼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두피는 깨끗하게 관리하고
불필요한 자극은 줄이고
모발은 마찰과 손상으로부터 보호하는 것.
그리고 가르마가 점점 넓어지거나 정수리 모발이 계속 가늘어지는 등 실제 탈모가 의심된다면 샴푸를 바꾸는 것만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샴푸냐 비누냐의 승자를 고르는 것보다
내 두피와 모발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것.
어쩌면 이것이 이번 연구에서 얻은 가장 현실적인 답이 아닐까요? 🌿
📚 참고자료
- The Shampoo pH can Affect the Hair: Myth or Reality?
— 123개 샴푸의 pH를 분석하고 pH와 모발 표면의 마찰·손상 가능성을 살펴본 연구입니다. - Topical Ketoconazole for the Treatment of Androgenetic Alopecia: A Systematic Review
— 케토코나졸의 탈모 관련 연구를 검토한 체계적 문헌고찰입니다. 사람 대상 연구는 5개, 총 318명이 포함됐으며 추가적인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 Topical Ketoconazole: A Systematic Review of Current Dermatological Applications
— 케토코나졸의 두피 질환 및 탈모 관련 연구를 폭넓게 검토한 논문입니다. - Management of Androgenic Alopecia: A Systematic Review of the Literature
— 남성형·여성형 탈모의 다양한 치료법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연구입니다. - Hair Regrowth Treatment Efficacy and Resistance in Androgenetic Alopecia
— 탈모 치료법의 효과와 근거 수준을 비교한 체계적 문헌고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