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다 보면 요즘은 예전과 조금 달라진 선택을 하게 됩니다.
저도 아침 식사를 가볍게 하거나 공복 시간을 길게 가져가면서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선택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빵을 먹더라도 버터나 올리브오일을 곁들이고, 어떤 날은 아침에 꼭 많은 음식을 먹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SNS에서 “공복에 버터 한 조각을 먹으면 좋다”는 이야기가 자주 눈에 들어옵니다.
버터를 먹으면 포만감이 오래가고, 혈당을 크게 올리지 않으면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런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는 조금 솔깃했습니다.
“그렇다면 아침 공복에 버터 한 조각을 먹는 것이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될까?”
한편으로는 궁금했습니다.
버터는 오랫동안 포화지방이 많아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왔는데, 최근에는 발효버터, 유럽식 버터, Grass-fed 버터, 기버터까지 다시 건강식처럼 소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던 버터에 대한 생각이 틀린 것일까요?
아니면 버터 자체와 ‘공복에 버터를 먹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일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버터를 무조건 건강식이라고 말하거나 반대로 피해야 할 음식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해외 연구에서는 실제로 무엇이 확인됐는지 하나씩 살펴보려고 합니다.
먼저 우리가 흔히 먹는 버터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좋은 버터를 고를 때 무엇을 봐야 하는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버터의 종류
먼저 버터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가장 기본적인 버터는 우유나 크림을 휘저어 지방을 분리해 만든 식품입니다. 미국 USDA 기준에서 버터는 최소 80%의 유지방을 포함해야 하며 소금이나 색소가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USDA의 Grade AA는 건강등급이 아니라 맛·향·조직·질감 등을 평가한 품질등급입니다.
일반버터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버터입니다.
무염버터와 가염버터가 있으며, 건강 측면에서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가염버터는 음식 전체의 나트륨 섭취량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요리하면서 소금의 양을 직접 조절하고 싶다면 무염버터가 편리합니다.
발효버터
발효버터는 크림을 발효시킨 뒤 버터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일반버터보다 풍미가 깊고 약간의 산미가 있으며, 제조 과정에서 향미와 일부 지방 성분의 구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발효버터 = 일반버터보다 훨씬 건강하다”고 단정할 만한 장기 임상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발효버터를 선택하는 이유는 맛과 제조 방식일 수 있지만, 건강효과를 기대해 섭취량을 늘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기버터(Ghee)
기버터는 버터를 가열해 수분과 우유 고형분을 제거한 형태입니다.
따라서 일반 버터보다 유지방 비율이 매우 높고, 유당과 우유 단백질이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기버터는 버터보다 건강하다”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30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교차시험에서는 4주씩 기버터와 올리브오일을 섭취하게 했을 때, 기버터 식단에서 ApoB와 non-HDL 콜레스테롤이 더 높아졌습니다.
LDL 콜레스테롤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즉, 기버터도 결국 포화지방이 많은 지방식품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좋은 버터는 어떻게 고를까?
저는 여기서 “가장 비싼 버터가 가장 좋은 버터”라는 생각부터 버리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제품을 고를 때는
- 원재료가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은지
- 무염인지 가염인지
- 제조일과 유통기한은 충분한지
- 냉장 보관이 제대로 되었는지
- Grass-fed 등의 표시가 있다면 실제로 어떤 기준인지
- 내 용도에 맞는 제품인지
를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특히 Grass-fed라는 표시만으로 버터의 건강효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소의 사료는 우유 지방의 지방산 조성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버터의 기본적인 포화지방 특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좋은 버터란 건강에 특별한 효능이 있는 버터라기보다, 원재료와 품질이 명확하고 내가 필요한 양만 사용하는 버터에 가깝습니다.
공복 버터
이제 가장 궁금한 이야기입니다.
공복에 버터 한 조각을 먹으면 정말 특별한 효과가 있을까요?
현재 연구를 찾아보면 여기에는 중요한 빈틈이 있습니다.
버터 자체에 관한 연구는 상당히 많지만, “아침 공복에 버터 한 조각을 먹는 습관이 장기적으로 건강이나 체중감량에 특별한 이점을 준다”는 직접적인 임상 근거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즉,
버터를 먹는 것
과
공복에 버터를 먹는 것
은 서로 다른 질문입니다.
버터처럼 탄수화물이 거의 없는 지방을 먹으면 탄수화물 식품을 먹었을 때처럼 혈당이 크게 올라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곧바로
“인슐린이 나오지 않는다.”
“지방이 자동으로 더 많이 탄다.”
“공복 지방 섭취가 체중감량을 촉진한다.”
라고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무작위 교차시험에서 건강한 성인에게 버터 0g, 10g, 20g, 40g을 식사에 추가해 비교했을 때 버터 섭취는 해당 식사의 혈당·인슐린 수치에 유의한 변화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20~40g에서는 포만감이 증가했지만, 이것이 장기적인 체중감량 효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감자에 버터를 함께 먹었을 때 감자만 먹었을 때보다 식후 혈당 반응은 낮아졌지만, 오히려 인슐린 반응은 약간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즉 “지방은 인슐린을 전혀 자극하지 않는다”는 식의 단순한 설명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재 연구를 바탕으로 가장 정직한 결론은 이것입니다.
공복에 버터 한 조각이 특별한 건강효과를 준다는 직접적인 근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버터를 먹는 것이 나쁘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다만 “공복에 먹으면 지방연소가 특별히 증가한다”는 건강법을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처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포화지방
버터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포화지방 때문입니다.
버터가 건강에 좋다는 연구도 있고 나쁘다는 연구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연구의 종류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6년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서는 63만6천 명 이상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버터 섭취와 전체 사망률 사이에는 매우 약한 연관성이 있었지만, 심혈관질환·관상동맥질환·뇌졸중과는 유의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한계가 있습니다.
이 분석에는 무작위대조시험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버터가 심혈관질환을 일으키지 않는다”거나 “버터가 건강에 좋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반면 식단을 실제로 바꿔 혈중 지질 변화를 측정한 무작위시험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이 나타납니다.
47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버터와 올리브오일을 비교했을 때 버터가 올리브오일보다 총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을 더 높였습니다.
또 다른 무작위 교차시험에서는 버터와 체다치즈를 비교했는데, 버터를 먹었을 때 LDL 콜레스테롤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버터 대신 먹느냐입니다.
버터를 빵이나 요리에 조금 사용하는 것과, 올리브오일 같은 불포화지방을 사용하던 식단을 버터로 바꾸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특히 혈중 LDL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이라면 버터를 건강식품처럼 많이 섭취하는 것보다는 포화지방의 양을 줄이고 불포화지방을 선택하는 방향을 더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 핵심 연구
① 버터 섭취와 건강 결과 메타분석
63만6천 명 이상의 자료를 분석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버터 섭취와 심혈관질환·뇌졸중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무작위시험이 아니므로 인과관계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② 버터와 올리브오일 비교 연구
47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교차시험에서 버터는 올리브오일보다 LDL 콜레스테롤을 높였습니다.
③ 기버터와 올리브오일 비교 연구
30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교차시험에서 기버터 섭취는 올리브오일보다 ApoB와 non-HDL 콜레스테롤을 높였습니다.
④ 버터 섭취량과 포만감 연구
버터 20~40g을 식사에 추가했을 때 포만감이 증가했지만, 이것이 장기적인 체중감량 효과를 의미하지는 않았습니다.
📚 참고자료
- USDA Agricultural Marketing Service — Butter Grading Information
- Pimpin et al. — Is Butter Back?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Butter Consumption and Risk of Cardiovascular Disease, Diabetes, and Total Mortality
- Engel & Tholstrup — Butter increased total and LDL cholesterol compared with olive oil
- Nestel et al. — Dairy fat in cheese raises LDL cholesterol less than that in butter
- Shah et al. — Effects of diets rich in ghee or olive oil on cardiometabolic risk factors
🌿 SuperLife Insight
버터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한 가지 음식에 대한 평가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한쪽에서는
“버터는 포화지방이 많으니 피해야 한다.”
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버터는 천연식품이고 탄수화물이 없으니 건강에 좋다.”
고 합니다.
하지만 연구를 하나씩 들여다보면 어느 한쪽으로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렵습니다.
버터가 반드시 나쁜 음식인 것도 아니고, 특별한 건강식품인 것도 아닙니다.
특히 “공복에 버터 한 조각을 먹으면 지방이 더 잘 탄다”는 주장은 현재의 연구만으로는 확실하게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버터를 먹지 말아야 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이라면 소량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버터를 선택할 때는 ‘비싼 버터인가’보다 원재료와 품질을 보고, 섭취량을 조절하고, 전체 식단에서 어떤 지방을 함께 먹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버터를 매일 먹는다면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버터가 내 식단에서 어떤 지방을 대신하고 있는가?”
올리브오일이나 견과류처럼 불포화지방이 풍부한 식품을 대신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건강한 식습관은 무엇을 완전히 금지하는 것보다, 무엇을 더 자주 선택할 것인가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공복의 버터 한 조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일의 식탁에서 어떤 지방을 선택하고, 어떤 음식을 함께 먹는가.
어쩌면 건강수명을 위한 식사는 그렇게 작은 선택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